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늘 그렇듯 느리고 조용하다. 바람은 부드럽게 흔들리는 들판을 스쳐 지나가고, 산자락은 여전히 고요하다. 제천역으로 향하는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, 내게는 오래된 기억과 감정의 조각을 다시 만나는 여정이다.처음 제천에 발을 디뎠던 건,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였던 여름휴가였다. 역에 내리자마자 풍겨오던 약간 습한 공기, 한적한 시골 역 특유의 정적, 그리고 그 공기를 가로지르던 기적 소리. 그때의 풍경은 지금도 내 마음에 선명하다.몇 해 전에는 홀로 기차를 타고 다시 그곳을 찾았다. 이유를 묻는다면, 그냥 마음이 그리로 끌렸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. 바쁜 도시에서 지친 하루들 사이, 제천은 나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곳이었다.제천역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. 그러나 그 담백..